2026년 10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이날 주목받은 인물은 의사 출신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었는데요.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과 의료진의 집단 사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국감장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재활의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의료인 출신 정치인입니다.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한 만큼, 이번 사건에서 경찰 수사 방식이 의료진과 필수의료 체계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사건의 발단
논란은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소아 환자 사망 사건에서 시작됐습니다. 청색증 증상으로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이송된 아이가 치료 도중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의료진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약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지만, 끝내 생명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사건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나섰고, 지난달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사망 사건의 원인과 당시 의료 행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지만, 의료계에서는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료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응급실은 일반 사무실과 다릅니다. 언제든 위급한 환자가 들어올 수 있고, 의료진은 짧은 시간 안에 생사를 가르는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환자 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한지아 의원의 질타, 전문가 자문은 있었나
10월 27일 국정감사에서 한지아 의원은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을 상대로 압수수색 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특히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위해 소아응급의학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사전에 들었는지 질문했습니다.
함 단장은 전문가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한 의원은 의료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면 의료진에게 불필요한 위축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사망 당일 근무한 의료진 전체의 명단 제출까지 요구한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받는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은 경찰 측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의료 사고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별개로, 수사 방식이 필수의료 현장을 위축시키거나 환자 진료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교수 7명 집단 사직 소식에 커진 위기감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이날 늦은 시간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과 소통한 뒤 센터 소속 교수 7명이 집단 사직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의료진이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심리적 부담을 호소했다는 내용도 알려졌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을 경찰이 수색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으며, 경기남부경찰청 관할 지역에서 더는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호소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한 의원은 교수들의 사직을 만류하면서 경찰 측의 대응이 조금만 달랐더라도 상황이 여기까지 악화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현장에서 성의 있는 설명과 사과가 있었다면 의료진의 상처와 불신을 줄일 여지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입니다.
소아응급의료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의료진 몇 명의 이탈만으로도 당직 운영과 진료 체계에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교수 7명의 집단 사직이 실제 인력 공백으로 이어진다면 그 여파는 의료진뿐 아니라 위급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 가족들에게도 미칠 수 있습니다.
수사와 환자 안전, 두 가지를 함께 지킬 수 있을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실제 진료 방해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의료진의 우려와 경찰의 설명이 엇갈리는 만큼,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중요한 점은 의료진에 대한 수사를 무조건 막자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 사망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이 있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 방식은 현장의 불신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지아 의원은 여야가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긴급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아응급의료센터의 운영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갈등은 경찰 수사와 의료 현장이 어디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수사의 독립성과 절차를 지키면서도 응급환자 진료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위급한 순간에 치료받을 곳이 사라지지 않는 일입니다. 의료진이 수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장을 떠나고, 남겨진 환자와 가족들이 그 부담을 떠안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이번 논란이 책임 공방에 그치지 않고 필수의료 현장을 보호할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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